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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강은 참 예뻤다.

그곳에 앉아 내가 사는곳이 강북이니 강 건너편 저기가 강남이구나 하며 반짝 반짝 밝은빛에 나는 자꾸 주눅이 들었다.

나는 늘 궁했다. 궁한 마음이 자꾸만 내 손을 잡고 벼랑끝으로 놀러갔고 나는 어쩔줄 몰라 굵다란 청담대교 아래서 울기만 했다. 열차가 지나갈 때면 그 드센 쇳소리에 숨어 목청을 가다듬었다. 스물 다섯. 일찌감치 천재성에 대한 기대도 저버렸고 예술가적 기질은 역부족이었다. 일주일 전에 헤어진 남자친구 생각도 많이났다.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던 사람이 내 생활에서 지워지자 집 떠난지 6년만에 나는 진짜 혼자가 되었고 그제사 모든것이 두려워졌다.

그 무렵엔 몸 여기저기가 자꾸 아팠다. 내게 남은건 과제위에 엎어져 잠들던 여기저기 불편한 시간들 뿐인데 건강을 잃었다. 술에 절기도 하고, 미친 척 이 나라를 떠났다 돌아온 친구들의 맑은 눈이 부러웠다. 노는법을 잊었고 형광등 아래서 비릿하게 힘을 잃어가던 나의 눈 끝에는 매일 눈물만 그렁그렁 매달렸다. 하필 집 계약이 만료되던 해인지라 나는 저린 다리를 끌며 부모님이 손톱이 부러지게 긁어모은 돈을 안고 부동산을 전전했다. 서울엔 내 몸 하나 뉘일 마땅한 구석이 없었다. 부동산 중개인들, 그들은 종종 내게 볕이나 바람, 때로는 안전을 포기하라 말했다. 나의 사정이란게 늘 그런식이었지 싶다. 자꾸 포기해야만 하는 삶. 내게 스물 다섯은 그렇고 그런 시기였다.

그래서 나는 매일 한강을 갔다. 그 무렵의 한강은 여름 어귀에 접어들고 있어서, 내 또래의 아이들은 매일 밤 그곳으로 모여들었다. 강물위로 웃음이 쏟아지던 참 좋은 시절이었다. 친구도 없었고 사랑도 없었고 심지어 돈도 꿈도 목표도 없었고던 나의 가장 까만 시절에 한강은 눈부시게 예뻤다.

그 해는 세상이 가장 아름다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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